‘한국 여행 흉내 내기’ 놀이가 일본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소셜미디어에 ‘도한놀이(渡韓ごっこ)’를 검색하면, 한국 음식이나 제품을 즐기고 있는 인증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 장기화와 한류의 인기로 새 문화가 만들어지는 분위기입니다. 국내서도 ‘일본 여행 흉내 내기’의 인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일명 ‘동두천 일본마을’로 불리는 ‘니지모리 스튜디오’. 경기도 동두천 옛 미군 훈련장에 세운 일본풍의 오픈 세트장이자 테마파크입니다.
동두천 일본마을
동두천시 탑동동 칠봉산 자락. 이곳에는 일본 에도시대(1603∼1867)의 한 마을을 완벽하게 재현해 놓은 곳이 있습니다. 바로 ‘니지모리(にじもり스튜디오’입니다. 해석하면 무지개숲 촬영소인데, 뜻이 와닿지 않아서인지 혹은 이름이 다소 길어서인지 SNS에서 젊은 세대들은 그저 ‘동두천 일본마을’이라 부릅니다. 해외여행이 어려운 시국에 대체 여행지로 급부상한 니지모리를 지난 4일 찾아갔습니다. 수원에서 차로 약 2시간 남짓 되는 거리입니다. 도착하니 입구에 붉은색의 커다란 도리이(신사로 이르는 신성한 문)가 반겨줍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도리이로 들어선지 불과 3분. 교토를 쏙 빼닮은 거리가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습니다. 일본풍 상가와 식당이 줄지어 서 있는 골목이라니, 타임머신을 타고 일본으로 순간 이동한 기분입니다.
드라마 세트장에서 관광명소로 발전한 동두천 일본마을
TV드라마 ‘구미호뎐’ ‘펜트하우스’,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등을 촬영한 장소인데, 21년도 9월 일반에 공개하면서 동두천 최대의 핫플레이스로 떠올랐습니다. 많게는 주말 하루 2000명 가까운 방문객이 이곳을 찾는단입니다. 대부분이 20~30대의 젊은 층입니다. 인스타그램에 관련 게시물도 1만개가 넘습니다.
"당일치기 일본여행" "2만원(입장료) 내고 해외여행 중" "차타고 일본 왔다" "동두천에서 일본이 왜 나와" "오늘만 예스 재팬" 같은 다양한 인증 글과 사진이 쏟아집니다. 세트장은 동두천 칠봉산(506m) 자락에 있습니다. 숲으로 둘러싸인 호수를 중심으로 일본 전통식 목조 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전체 면적은 3만183㎡(약 1만2000평). 3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을 만한 규모지만 구석구석 살펴볼 게 많습니다.
동두천 일본마을 분위기
마을 안쪽은 어떤 분위기일까. 일단 새빨간 도리이(신사 입구에 세우는 일본의 전통적인 기둥 문)를 세운 입구를 지나니 일본어 간판과 일본식 제등과 재단, 우체통 등으로 둘러싸인 거리가 나왔습니다. 식당‧책방‧카페‧료칸‧LP바‧소품숍 등이 줄지어 있는데, 점원들도 일본풍 의상을 한 채 손님을 맞았습니다. 한국어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거리에선 크리스마스 캐럴 대신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 OST가 내내 흘렀습니다. 이곳에서 노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의상실에서 기모노를 빌려 입고 일본 상점가를 거닐다가, 재단과 도리이 따위를 배경 삼아 인증사진을 찍는입니다. 지난 10일 영하 8도의 강추위에도 기모노 차림의 여행자를 여럿 목격했습니다. 상점가의 의상실에는 화려한 색감의 기모노가 줄줄이 걸려있었습니다.
기모노와 머리 장식을 짝지은 기본 의상 세트를 하루 빌리는 비용이 3만원이었습니다. ‘요로이’라 불리는 갑옷(하루 10만원) 의상도 있었습니다. 스시‧라멘‧우동‧꼬치 등 식당의 먹거리도 죄 일본식입니다. 편의점에서는 일본 사케와 라멘, 과자 등을 판매합니다. 료칸(숙박시설)도 있는데 가격은 만만치 않습니다. 하룻밤 최소 50만원. 그나마도 주말에는 빈방을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천연 온천은 아니지만, 12개 객실 모두 다다미(일본 전통식 바닥재)와 히노키 욕조로 꾸며져 있어 료칸 여행 느낌을 충분히 낼 수 있습니다.
이 세트장은 19금 시설입니다. 촬영시 원활한 진행을 위해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책방을 비롯해 곳곳에서 낯 뜨거운 수위의 책과 소품을 만나기도 합니다. 입장료는 2만원입니다. "왜 우리나라에서까지 일본 건물을?" "미군 공여지에 기껏 지은 게 일본 건물이라니"처럼 인터넷에는 반일 감정을 드러내는 이들이 여전히 많습니다. 최수자 니지모리 스튜디오 대표는 "반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막상 방문객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은 없다"면서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MZ세대를 불러들였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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